최근 결혼식을 올린 친구와 동네에서 만나 점심을 하기로 했다. 장소는 연희동 황씨네. 친구가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곳인데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버스 타고 자주 지나가는 길가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홍제천을 따라 걷다가 홍남교를 건너 연희동으로 오면 왼쪽에 바로 보인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홍제천로 116
다음 지도에는 아직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네이버 지도
황씨네
map.naver.com
대만 음식점도 아니고 무려 대만 '소수민족' 음식점을 표방한 가게다. 내부가 꽤 좁다. 탁자가 서너개 놓여 있고 사장님이 혼자 요리도 하고 접객도 한다. 사장님이 대만 사람가보다. 얼굴에 선이 굵은 게 엄청난 미남이시다.
내부 장식은 중국인들이 보면 피꺼솟 할지도 모르겠다 ㅎㅎ 개인적으로 몹시 이쁘다고 생각하는 중화민국의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내부에 가득하다. 중국풍 등과 옛날 농에서 떼어낸 문짝으로 보이는 자개가 걸려있다. 인테리어가 뒤죽박죽이면서 어우러진 신기한 곳이다.
황씨(黃氏)네가 아니라 황+씨네마 해서 황씨네다. 이 정도 말장난을 할 정도로 사장님의 한국어 실력은 상당하다. (너무 외국인이라고 단정하는 걸까)
문득 홍콩의 하우슈이까이가 그리워지던 맵시국수의 맛. 홍콩은 맛기행을 하기에 완벽한 곳이다.
먹으면서 '맵다'고 똑같이 부르지만 맛의 종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내가 홍콩에서 하우슈이까이(口水鷄)를 즐겨 먹었는데 중국의 마라맛하고도 다르고 한국의 고추장 고춧가루 매운맛과도 달랐다. 내가 먹은 국수는 마라의 매운맛이었다. 또 다른 매운맛으로는 불닭 매운맛, 짬뽕의 매운맛, 할라피뇨 매운맛, 타바스코의 매운맛이 있다. 다 나름의 맛이 있다. 단지 내가 맛으로는 구분하면서 부를 이름을 모른다는 게 아쉬울 따름. 공자는 시경을 읽으면 꽃을 구분할 줄 알게 되고 풀과 나무, 날짐승과 길짐승의 이름을 배운다고 했다. 길가며 나의 사랑하는 그녀에게 들풀과 꽃과 나무의 이름을 일러주며 사는 것이 꿈이다.
청경채와 오이가 나오니 내가 싫어할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음식 이름들은 굳이 차림판에서 찍지 않았다. 대만식 이름을 그대로 쓰기 보다는 사장님이 한국식으로 풀어서 나름의 이름을 지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이가 든 저 요리는 이름이 오이탕탕이였던 것 같다. 이름이 뭣이 중헌가 맛있으면 됐지.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면 꼭 추천하는 음식점이다. 음식에 뭔가 몹시 특별한 점이 있었는데 며칠 지나서 까먹었다. 다시 가서 느껴봐야겠다.
■ 황씨네 HWANGCNE
내돈내먹: 내 돈으로 내가 먹은 - 춘천 부안막국수 (0) | 2023.03.24 |
---|---|
내돈내먹: 내 돈으로 내가 먹은 - 춘천 조약돌숯불닭갈비 (1) | 2023.03.21 |
내돈내먹: 내 돈으로 내가 먹은 - 대전 오씨칼국수 (1) | 2023.03.14 |
내돈내먹: 내 돈으로 내가 먹은 - 대전 대선칼국수 (2) | 2023.03.11 |
내돈내먹: 내 돈으로 내가 먹은 - 춘천 소림숯불생고기 (0) | 2023.03.0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