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홍콩' 네 번째 글에서야 이 연재가 추구하는 바를 밝힌다. 골목길홍콩은 블로그의 제목처럼, 아예 들어가지도 아예 안 들어가지도 않은 안과 밖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본 홍콩 체험기다. 골목길홍콩은 홍콩 인사이드아웃이다.
국제도시 홍콩은 공식 언어가 3가지다. 영어, 광동어, 중국어. 어딜 가든 이 세 가지 언어 중 최소 하나는 통하게 되어 있다. 보통은 저 중에 두 가지가 통한다. 문제는 그 두 가지가 광동어와 중국어인 때 생긴다. 내가 영어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어가 되는 곳만 고집하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체인점이 아닌 로컬 식당을 도전해보고 싶다면 영어만으론 안 된다. 홍콩은 원래 광동어를 쓰는 동네고, 로컬 식당에 가면 아직도 깜지에 볼펜으로 주문을 받는다. 메뉴판에는 한자만 적혀있고 주문을 하면 손으로 쓴 주문서를 테이블의 유리에 꽂아주고 간다. 나갈 때 주문서를 가지고 계산대로 가면 주문서의 금액 두들겨서 광동어로 얼마라고 말해준다. 옥토퍼스카드라도 받으면 다행이고 현금만 가능한 곳이 태반이다. 침사추이부터 태자(太子, Prince Edward)의 바운더리 스트릿(Boundary Street, 界限街)까지 남북으로 쭉 뻗은 중심도로인 나단로(Nathan Road)에서 동서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영어가 사라진다. 홍콩에는 이렇게 영어와 애플페이, 카드를 내려놓아야만 갈 수 있는 골목길이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다.
유명한 관광지 몇 군데 들렀다가 제니쿠키를 사서 한국을 돌아온다면 한국에 와서 리본 달린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서 사진 한 장 찍은 뒤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들이 정말 뭘 먹고 뭘 하고 사는지 관심이 없다면 이걸로 충분하지만 말이다. 유명 관광지 몇 군데를 소개하고 끝낼 각오였으면 시리즈 이름을 '골목길 홍콩'이라고 하지도 않았으리라! (사실 유명 관광지라고 하는 곳 중 가본 곳이 거의 없다..)
로컬로 가면 영어가 사라진다. 영어만 고집하면 홍콩의 속살이 사라진다. 홍콩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담은 체험기, 골목길홍콩. 관광지 밖 홍콩에 발을 담가보고 싶은 사람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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