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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홍콩 #004 - 영어가 없는 홍콩, 골목길 홍콩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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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홍콩' 네 번째 글에서야 이 연재가 추구하는 바를 밝힌다. 골목길홍콩은 블로그의 제목처럼, 아예 들어가지도 아예 안 들어가지도 않은 안과 밖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본 홍콩 체험기다. 골목길홍콩은 홍콩 인사이드아웃이다.

 

국제도시 홍콩은 공식 언어가 3가지다. 영어, 광동어, 중국어. 어딜 가든 이 세 가지 언어 중 최소 하나는 통하게 되어 있다. 보통은 저 중에 두 가지가 통한다. 문제는 그 두 가지가 광동어와 중국어인 때 생긴다. 내가 영어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어가 되는 곳만 고집하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체인점이 아닌 로컬 식당을 도전해보고 싶다면 영어만으론 안 된다. 홍콩은 원래 광동어를 쓰는 동네고, 로컬 식당에 가면 아직도 깜지에 볼펜으로 주문을 받는다. 메뉴판에는 한자만 적혀있고 주문을 하면 손으로 쓴 주문서를 테이블의 유리에 꽂아주고 간다. 나갈 때 주문서를 가지고 계산대로 가면 주문서의 금액 두들겨서 광동어로 얼마라고 말해준다. 옥토퍼스카드라도 받으면 다행이고 현금만 가능한 곳이 태반이다. 침사추이부터 태자(太子, Prince Edward)의 바운더리 스트릿(Boundary Street, 界限街)까지 남북으로 쭉 뻗은 중심도로인 나단로(Nathan Road)에서 동서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영어가 사라진다. 홍콩에는 이렇게 영어와 애플페이, 카드를 내려놓아야만 갈 수 있는 골목길이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다. 

 

동서로 뻗은 바운더리 스트릿. 여기를 경계로 영국이 본래 영구 할양받은 홍콩섬, 구룡반도와 99년만 조차한 신계가 나뉜다. 

유명한 관광지 몇 군데 들렀다가 제니쿠키를 사서 한국을 돌아온다면 한국에 와서 리본 달린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서 사진 한 장 찍은 뒤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들이 정말 뭘 먹고 뭘 하고 사는지 관심이 없다면 이걸로 충분하지만 말이다. 유명 관광지 몇 군데를 소개하고 끝낼 각오였으면 시리즈 이름을 '골목길 홍콩'이라고 하지도 않았으리라! (사실 유명 관광지라고 하는 곳 중 가본 곳이 거의 없다..)

붐비는 로컬 식당을 가면 영어가 사라진다. 붐비는 로컬 식당을 가지 않으면 홍콩만의 모습이 사라진다.

로컬로 가면 영어가 사라진다. 영어만 고집하면 홍콩의 속살이 사라진다. 홍콩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담은 체험기, 골목길홍콩. 관광지 밖 홍콩에 발을 담가보고 싶은 사람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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