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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홍콩 #005 - 큰일났다 영어가 안통한다! 로컬 식당 도전기 깜와(金華冰廳 Kam Wah Cafe&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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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듯 홍콩의 큼지막하지만 좁은 큰길 뒤편으로 한 골목만 들어가더라도 영어가 사라진다. 영어와 함께 자신감도 사라진다. 큰길에선 어찌 되었건 영어로 떠들면 해결은 되지만 여기선 다르다. 싸늘하다. 귀에 중국어와는 사뭇 다른 걸걸한 광동어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음식은 메뉴판 첫 장, 음료는 뒷장, 그리고 초이쌈은.. 개솔 그만 시방 혓바닥 풀기냐!

 

각설, 오늘 소개할 로컬 식당은 차찬텡(茶餐廳)인 금화빙청이다. 이곳은 보통 차찬텡과는 다르게 베이커리가 함께 있어서 갓 구운 파인애플번(뽀로빠오), 파인애플번+버터(뽀로야우), 에그타르트 등 간단한 빵도 판다. 위치는 태자(프린스 에드워드), 몽콕이스트(몽콕동), 몽콕 세 역의 정확히 중간이니 어디서 내려도 무방하다. 사실 태자~침사추이까지는 어디서 어디를 가도 걸어서 1시간 이내이니 날씨와 체력만 받쳐준다면 살랑살랑 걸으며 세상과 사람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로컬 식당에 가기 전에 주의할 점 2가지. 첫째, 되도록 북경어로 대화하려고 하지 말자. 중국을 아주 싫어하는 홍콩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이 우릴 응대하는 종업원이면 우리를 중국인으로 오해해서 급 불친절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둘째, 카드도, 애플페이도, 옥토퍼스도 안 받고 오직 현금만 받는 가게가 아주 많다. 현금을 3-500불 정도 들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아니면 계산대에 카드나 옥토퍼스 단말기가 있는지 슬쩍 보고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통카드인 옥토퍼스카드는 홍콩 내에서 범용성이 가장 넓은 카드고 단말기가 눈에 잘 띄는 주황색으로 생겼기에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그럼 이제 골목길 홍콩, 로컬로 들어간다.

이번 로컬 난이도는 ★★★★☆

 

https://www.google.com/maps/place/Kam+Wah+Cafe+%26+Bakery/@22.3220604,114.1673907,17z/data=!4m5!3m4!1s0x340400c84f755fc7:0x8be84595d44d5dcf!8m2!3d22.322286!4d114.1697167

 

Kam Wah Cafe & Bakery · 45-47 Bute St, Mong Kok, 홍콩

★★★★☆ · 홍콩식 패스트푸드 음식점

www.google.com

 

https://www.openrice.com/en/hongkong/r-kam-wah-cafe-prince-edward-hong-kong-style-r11293

 

Kam Wah Cafe (Prince Edward)

Hong Kong Style|Tea Restaurant|1181 reviews

www.openrice.com

 

안그래도 좁은 골목길 홍콩에 깜와 앞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로컬 식당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겪는 곤경은 도대체 뭐를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메뉴판에는 사진도 없이 한자뿐이며 분주한 식당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하나씩 검색해보며 주문할 여유도 없기에 점점 더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막상 먹을 것을 정하고 주문하려고  두리번거려도 종업원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음꺼이 (唔該) ! 하고 소리 지를 때가 온 것이다.

 

여기서 먹고 마실 것을 골라야 한다. 벌써부터 막막하다. 자세히 보면 음식 이름 앞에 *이 붙어 있는 것이 있다. 제일 잘 나가는 추천 음식이니 이걸 먹으면 실패는 없다.

무얼 먹을지 모르겠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이 로컬 식당으로 오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가 여기 뭐가 맛있다고 알려줬거나 인터넷(주로 오픈라이스)에서 여기 뭐가 맛있다고 들었거나. 이런 경우에는 미리 먹고 싶은 음식 이름이나 사진을 캡처해 가면 된다. 그리고 폰으로 사진이나 이름을 보여주며 니거(ni ge) 얏거(yat! ge, 얏에 느낌표를 붙이듯 짧고 강하게 발음해야 한다), 즉 이거 한개. 라고 말하면 된다. 둘째로, 그냥 간 경우다. 아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발길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여기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이 경우도 살 구멍은 있다. 보통 차찬텡에선 그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음식에 별표(*)를 쳐놓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메뉴판의 별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니거 얏거! 하고 얘기하면 된다.

 

어쨌든 이렇게 음식을 (야매로) 주문하면 종업원이 주문이 맞는지 확인한다. 문제는 우리가 주문한 음식의 광동어 발음을 모른다는 점. 첫째 경우에는 사진이나 한자 이름을 보여줬기 때문에 착오가 없지만, 두번째는 메뉴판의 작은 글씨를 굵직한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이기에 착오가 있을 수 있다. 본인이 한자를 좀 안다면 종업원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자. 광동어 한자 발음과 한국어 한자 발음은 상당히 유사하다. 못알아듣겠으면 메아? (咩話?) 라고 하면 된다. 무슨 말이야? 라는 뜻이다. 우리 말로는 좀 건방진 시비조로 들리지만, 광동어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무례한 표현이 아니라고 한다 (홍콩친구피셜). 쑥스럽거나 민망하거나 번거롭다면 그냥 기도메타로 간다. 어차피 다 사람 먹는 음식이고 맛있게 먹으면 0kcal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얇은 쌀국수로 된 음식은 米로 끝난다. 라면 면을 사용하면 公仔面이 들어간다.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그냥 肉이라 하거나 猪가 들어가고 소는 牛, 닭은 鷄 등 우리와 같다. 소의 발음 음까우(ngau), 닭은 까이(gai)라고 한다.

위의 노란 면은 星洲炒米 대충 씽짜우 차우마이라고 한다. 카레 맛이 나는 맛있는 쌀국수 볶음면이다. 라면 면으로 된 요리는 公仔面이 들어간다. 왼쪽은 이곳의 시그니처인 뽀로야우. 빵의 온기에 버터가 막 녹을 때 먹어야 맛있다. 맛은 조금 달달한 소보로 빵하고 비슷하다. 오른쪽 굵은 쌀국수는 여기 * 음식 중 하나인 干炒牛河 깐챠우 음까우호. 맛있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면 뭘 마실지 물어본다.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식 주문 뒤에 하는 말은 반드시 뭘 마실지 묻는 것이니 마실 생각이 있으면 얘기하고 아니면 No thank you라고 답하면 된다.

깜와의 내부 분위기. 어수선하다. 

 

차찬텡의 음료는 레몬수, 레몬티, 밀크티, 커피가 기본이고 나머지는 자기가 역량이 되면 주문하길 바란다. 주문법은 

 

레몬수 : 렝(렁)슈이(leng\/ sui \/)

레몬티 : 렝(렁)챠 (leng \/ cha~/)

밀크티 : 나이챠 (nai cha~/)

커피 : 커피 (카- 페이 -)

 

이렇게 주문하면 뜨거운 걸 준다. 얼음을 띄우고 싶으면 앞에 똥(Dong/)을 붙이면 된다. 예를 들면 아이스 레몬티는 똥/렝\/챠~/다.

둘이 가서 아이스 레몬티 한 잔과 아이스 밀크티 한 잔을 시키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얏!부이(一杯) 똥렝챠 에 얏!부이 똥나이챠." '에'는 '그리고'라는 뜻이다. 

둘이 같은 걸 시켜서 둘 다 아이스 밀크티라면

"렁뿌이 똥나이차 음꺼이~"

그리고 감사하다는 뜻으로 음\꺼이/~ 라고 하면 주문이 끝난다. 종업원이 간단히 주문을 읽어주면 아마 맞겠지라는 자세로 '하이야~' (hai (係)ah)하고 답하면 된다.  광동어에서 끝에 붙는 ar(ah), la, gai 등은 뜻이 없는 언어 습관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습관은 광동어에도 적용되고 홍콩사람이 영어를 할 때에도 적용된다. 흔한 경우로 okay가 아니라 okay la~ 하는 일이 많다. 

 

뜨거운 물에 식기를 담그자. 마시는 물이 아니니 주의! 주문서는 수기로 작성하여 테이블에 꽂아준다.

주문이 들어가면 주문서를 뜯어서 탁자에 끼워주고 곧이어 수저와 식기를 헹굴 뜨거운 물을 가져다준다. 이 물은 마시는 물이 아니니 주의!

만약에 마시면 아마 변기에 머리 감는 시골 촌놈이 될지도 모른다.. 

 

깜와는 로컬 맛집이기 때문에 늘 사람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합석은 다반사! 한국에서 합석이 익숙한 사람이라도 당황하게 만드는 합석이니 주의하자. 앞사람과 무릎을 맞대고 앉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게 안에 들어와서도 줄을 선다. 히잡을 쓴 여성도 줄을 설 만큼 맛있는 곳이다. 어쩌면 할랄일지도?4인 테이블에 일행이 마주보고가 아니라 나란히 앉기도 한다. 나는 나란히 앉은 두 아줌마 맞은편에 투명 분리벽을 치고 앉았다. 깐챠우 응까이호의 빈 그릇.

 

홍콩의 로컬로 들어갔을 때 주의할 점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북경어로 대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홍콩사람들 중에는 중국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북경어로 대화를 시도하면 특히 불친절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북경어를 할 줄 알아도 모른 척하고 광동어로 더 크게 소리친다. 홍콩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내가 북경어로 처음에 대답해서 중국인인 줄 알고 그랬을 것이라 한다. 차라리 상대가 뭐라고 해도 영어로만 답하거나 광동어로 음꺼이~ i don't speak chinese~ sorry 하면 대부분 친절하게 답해줄 것이라고 했다. (만악의 근원 중국..)

 

실제로 Jay와 다른 로컬 식당에 갔었는데 우리가 광동어와 중국어를 모두 못하고 어버버 하자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한국인이냐며 엄지척을 하더니 자기가 영어-광동어로 종업원과 우리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해주고 자기가 주문한 차를 우리에게 주전자로 따라주기도 했다.

 

다 먹었으면 테이블에 꽂힌 주문서를 들고 계산대로 가면 된다. 가서 호호섹 ar!(好好食) 빳땃 (혹은 빳땃통) 음꺼이라고 하자. 옥토퍼스카드로 결제하겠다는 뜻이다. 가격대는 식사류는 4-60 hkd, 음료는 5-20 hkd 정도다. 

 

어쨌든! 만약 깜와에 간다면 뽀로야우, 씽차우 차우마이, 깐챠우 음까우호를 우선 먹어보고 세 번째 갔을 때부터 다른 메뉴를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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