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홍콩 #002 - 홍콩대학 근처 후난요리 맛집 Jiang's Hunan Chef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에는 이유가 있다. 먹는 걸 집에서처럼 잘 챙기지 못한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리라. 입맛이 안 맞아 고생하기도 하고 특히 물가가 비싼 나라에선 푸짐하게 먹자니 지갑이 비어 간다. 그렇다고 맨날 똑같은 것만 먹자니 입에 물린다. 한마디로 풍채 유지에 품도 돈도 많이 든다 이 말씀이다. 홍콩대학 근처에 있는 중국 호남성 요리 음식점인 Jiang's Hunan Chef는 그런 걱정을 덜어주는 곳이다. 구룡반도에 살면서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왕복 차비만 30불이다!) 셩완(上環)에 있는 성당에 주일마다 가니 그 참에 들러 배를 채우기에는 딱 좋다.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한 조각 성체로는 배가 조금 고프니까 말이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하러 2km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대충 속으로 파견성가를 20번 정도 부르면 도착!
https://www.openrice.com/en/hongkong/p-jiangs-hunan-chef-p17378119
문제라면 문제인 게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도 사진이 같이 있는 음식이 있으니 다행이다. 여기의 장점은 점심 할인세트가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점심 할인 메뉴판에는 사진이 없다. 점심 할인세트를 시키고 싶으면 종업원에게 '런치세트'라고 말하면 점심 할인 메뉴판을 별도로 가져다준다.
B. 임선2관을 고르면 128불이다. 둘이 가서 임선2관을 2개 고르면 4종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물론 3번 마파두부를 빼면 정확히 어떤 요리인지는 우리는 모른다. 한자를 보고 대충 재료가 뭔지만 추측할 뿐.. 처음 JG와 갔을 때 어차피 여기 다시 올 거니까 이번에는 1357 다음에는 2468을 먹기로 했다. 그렇지만 다시 왔을 땐 너무 맛있던 마파두부랑 청고추에 삼겹살을 얇게 썰어 볶은 요리를 또 먹어서 8가지 요리를 다 경험해보진 못했다. 1회독이 아니라 1회식을 완성한 건 바로 오늘!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미사가 끝나고 Jay와 여기에 온 덕분이다. 그래도 아직 어떤 요리가 어떤 이름인지 연결이 잘 되진 않는다.
1번은 닭똥집, 2번은 매콤한 소고기 찜, 3번은 마파두부, 4번은 5번과 비슷한데 야채가 더 들어가 있다. 5번은 청고추에 삼겹살을 얇게 썰어 볶은 요리, 6번은 잘게 썬 배추(?)와 달걀을 볶은 요리, 7번은 시큼하게 찐 생선, 8번은 가지랑 콩깍지를 얇게 썬 삼겹살이랑 볶은 요리다.
올 때마다 종업원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살짝 들었는데 오늘 그 의문이 풀렸다. JG와 왔을 때에는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주문을 했고, 지난주 Jay랑 왔을 때에는 내가 짧은 광동어로 숫자를 말했다. (얏!, 이, 쌈, 쎄\/이, 음\, 록!, 찻!, 빳!, 꺼\/우, 쌉! 숫자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쉽게 익힐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중국어가 (듣기만) 좀 되는 Jay가 중국어와 손짓 발짓으로 주문을 했다. 우리가 한국어로 서로 얘기하니까 종업원이 한궈런마? 한궈런 아이찬(愛餐?) 머시기 하면서 추천을 해준다. 분명 들어올 때 렁와이(兩位), 두 명이라고 하고 앉아서 탁자에 네 벌 놓인 수저 두 벌을 치워갔는데 우리가 얼, 쓰, 우, 리우를 주문하니 다시 수저 두 벌을 가져오는게 아닌가! 우리가 손으로 v자를 하고 노, 노, 투 펄슨, 량웨이, 렁와이 마음대로 지껄이니까 갸우뚱하며 다시 두 벌을 치우며 주문을 또 확인한다. 얼 쓰 우 리우 뚜이마? 쓰거런마? 노노 량거런. 량거런마?!?
그렇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 이유는 바로 우리가 너무 많이 처먹어서다. 둘이서 4인분을 시키니까 종업원이 다시 수저를 네 벌 놓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지금껏 JG랑 왔을 때도 Jay랑 왔을 때도 두 명이서 항상 B 세트 2개를 주문했는데 종업원 입장에선 2명이 4인분을 시키니까 헷갈렸던 것이다. 역시, 상대방이 어떤 언어를 쓸지 외모를 보더라도 가늠이 잘 가지 않는 국제도시 홍콩에서 음식점을 하면서 손짓 발짓만으로 의사소통이 안될 리가 만무했다. 우리도 수저를 놓던 종업원도 카운터에서 주문을 입력하던 종업원도 껄껄껄 웃었다. Jay가 그러는데 자기들끼리 '조선족을 고용해야 의사소통이 되겠다'며 웃었다고 한다. 첫 요리를 가져다줄 때 렁부이 똥렝챠(兩杯凍檸茶)를 추가했다. 나오면서 보니 옆 테이블에는 온 가족이 앉아있는데 요리는 두그릇이고 밥공기만 여럿이다. 이게 저들 눈에는 일반적이고 헷갈리지 않는 주문일테다.
예전에 JG와 왔을 땐 여기의 대표 밥도둑인 마파두부에 밥을 비벼서 한 공기씩 순식간에 해치웠다. 한 공기를 비우니 종업원이 밥을 다시 가져다줬는데 우린 그때 아 여긴 밥이 무한제공이구나 생각했었다. 아니다. 우리가 4인분을 주문하니 밥을 4공기 줬던 것이다. 아무리 대식가라지만 둘이서 4인분 요리와 밥 4공기 이상을 먹을 리는 없으니 우리는 밥이 무한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오늘 먹은 2, 4, 5, 6번. 오른쪽에 반 잘린 빨간 요리가 2번이고 시계방향으로 그 아래 숟가락이 놓인 것이 6번, 얼음레몬차 위에가 아마도 4번, 젤 위에가 아마도 5번이다.
5번으로 추정되는 고추와 삼겹살 볶음
7번 시큼한 생선찜
왼쪽부터 1번 닭똥집, 2번 소고기 찜, 8번 가지 콩깍지 삼겹살 볶음, 6번 잘게 썬 야채와 계란볶음이다. 3번 마파두부만 사진이 없다. 밥도둑이라 뱃속으로 너무 빨리 들어가 버린 탓이다. 이집 마파두부 잘한다. 익숙한 맛에 두부는 볶지 않고 연두부를 쓴다.
이곳의 장점은 휴지가 있다는 점이다. 홍콩 식당은 대부분 휴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휴지를 달라고 하면 5-6불에 휴대용 휴지를 판다.
보통 제공되는 뜨거운 물이나 차로 수저와 물잔, 접시와 그릇을 헹구면 헹군 물을 버릴 대접을 가져다준다. 거기에 물을 버리면 대접을 치우고 요리를 가져다 준다.
단점은 요새 현금만 받는다는 것. 분명 작년엔 애플페이와 옥토퍼스가 됐다. 지금도 단말기는 있데 고장이 난건지.. 지난주엔 현금이 없어서 Jay를 가게에 두고 나혼자 홍콩대 주변을 부리나케 뒤져 현금을 뽑아왔다. JETA, DBS, 교통은행 별별 은행이 다 있는데 왜 항셍과 HSBC만 안보이던지..
P. S. Jay와 Agnes 자매님과 다시 가서 6찬을 먹었다. 덕분에 1번 닭똥집과 3번 마파두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Agnes 자매님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셋이서 밥 다섯 그릇을 비웠다. 이번에는 영어->광동어(숫자)->중국어로 주문을 잘 한 줄 알았다. 6번 계란과 7번 생선찜을 빼고 얏이쌈쎄이음빳을 알아듣게 전달하고 밀크티1잔 레몬티 2잔까지 성공적으로 피니쉬.. 인줄 알았는데 밀크티 2잔 레몬티 1잔을 가져다 줬다. 아무래도 내 똥나이차와 똥렝챠 발음이 후진가보다. 깜와에서도 똥렝챠를 시켰는데 똥나이차를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골목길홍콩 #006 - 좌측통행? 우측통행? 홍콩의 보행 방향을 알아보아요! (4) | 2023.01.17 |
---|---|
골목길홍콩 #005 - 큰일났다 영어가 안통한다! 로컬 식당 도전기 깜와(金華冰廳 Kam Wah Cafe&Restaurant) (5) | 2023.01.01 |
골목길홍콩 #004 - 영어가 없는 홍콩, 골목길 홍콩 발간사 (0) | 2022.12.18 |
골목길홍콩 #003 - 홍콩에 다이소가? 4배의 기적 디즈니 텀블러 (0) | 2022.12.13 |
골목길홍콩 #001 - 여기는 홍콩입니다. (0) | 2022.05.19 |
댓글 영역